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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용평리조트가 있는 평창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사진은 강원도 하면 옥수수라... 오늘 저녁식사로 아버지께서 가보픈 곳이 있다고 평소에 가던 식당이 아닌 청기와 라는 곳을 가자고 하셨다. 칼국수 종류가 있다 말씀하셔서 '칼국수 파는 식당이면 다양한 메뉴가 있겠군 이름도 청기와니 다수의 한식을 취급하겠지?' 생각하며 흔쾌히 그 식당을 가자고 동의했다.

 

입구다. 장어탕, 다슬기국 사이에 능이칼국수가 적혀있으니 아직 희망을 버리진 않았다. 그리고 한여름 아닌가 여름에는 모든 한식당에서 냉면, 콩국수, 막국수 등 계절 메뉴를 내놓는다. 또한 모든 메뉴를 거부하는 사람을 위해 돈까스 역시 존재할 확률이 있다.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하러 왔는데 요리 메뉴는 무거웠다. 그래도 아버지께서 우리를 속인 것은 없었고 난 능이 칼국수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나쁘진 않았다. 아버지께서 오리백숙 맛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예약 없이 백숙이 될 리가 없잖아... 다행히 이곳 평창의 날씨는 서울보다 10도는 낮았고 아침으로 시원한 막국수도 먹었기에 펄펄 끓는 능이칼국수도 문제없었다. 어머니께서는 들깨 감자국수, 나와 아버지는 능이 칼국수를 시켰다.

 

주문을 하고 처음 온 식당 지역이라 주변에는 뭐가 있나 잠시 들러 보려던 차 비가 쏟아졌다. 앞에 올린 가게 입구 사진에도 비가 오고 있는 이유는 다 먹고 나가면서 찍은 사진이라 그렇다. 급작스러운 폭우에 몸도 머리도 시원해진 상태로 테이블에 앉아서 생각을 해보니 입이 3개인데 만두를 안 시켰네. 보통 만두가 아닌 능이 만두인데 안 시키다니 휴가라 의식이 느슨해졌다는 생각을 하며 급히 능이만두를 추가했다. 식당 입구에 새장이 있어서 구경하고 싶었는데 비 때문에 실패

 

능이칼국수가 나왔다. 버섯이 들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갈색을 띤 국물이 먹음직스러웠다. 약간 걸쭉한 국물을 숟가락으로 한 입 떠서 먹어보니 처음 느껴보는 향긋한 풍미가 느껴졌고 비까지 가세한 덕분에 그렇게 뜨겁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연달아 국물을 마시며 포스팅 생각이 없던 10분 전의 나 자신을 구박했다.

 

포스팅 생각이 없더라도 밑반찬은 찍어놨어야지~ 식사 전 예절이 덜 되었어 투덜투덜. 3명이서 손을 댄 밑반찬들은 결코 아름다운 상태가 아니었고 열심히 필터로 존재라도 알릴 수 있도록 해놓았다. 김치들 위에 소스는 만두용 간장이다.

 

국물이 맛있어서 한동안 스프를 마시듯 국물만 마셨다. 이렇게 국물 먼저 약간 줄여놓으면 뚝배기가 아닌 이상 면도 금방 식어서 더운 여름에도 먹기 좋아진다. 저 삼계탕에 들어가는 대추의 형상을 한 것들이 능이버섯이다. 국물이 걷히니 일반적인 칼국수면 보다 넓은 면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뒤늦게 시킨 능이만두 가 나왔다. 사이즈는 왕만두였지만 메뉴의 이름을 능이 왕만두라고 붙이지 않음으로써 주문 장벽을 낮췄다. 왕만두를 좋아하는 사람은 작은 사이즈의 만두도 문제없이 먹지만 고향만두급 사이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왕만두에게 느끼는 감정은 다양할 것이다. 뜨거움, 한입 가득함, 불편함, 입을 벌려야 하는 부담감 등등. 역시나 문제가 발생했다. 사람이 3명인데 만두가 4개라니... 서둘러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누군가 감정이 상할 것은 뻔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나와 어머니는 만두를 1개만 먹고 아버지께서 2개를 먹는 것으로 잘 마무리되었다. 나는 아침 식사때 먹은 메밀만두의 사진을 내밀며 오늘의 만두 한계치를 모두 채웠음을 어필했고, 어머니께서는 본인은 배가 불러 저녁 식사에 따라나서지 않으려 생각했다는 점을 말씀하셨다. 2개를 드신 만족감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능이만두를 시킨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고 칭찬해 주셨다.

 

내가 시킨 메뉴를 먹고 '아 이건 포스팅으로 남겨야겠다' 생각이 들어 밑반찬 사진을 찍고 고개를 돌려 어머니의 들깨감자국수를 바라봤을 때 난 절망감을 느꼈다. 평소에 입도 짧고 많이 안 드시는 분인데 마른 사막 위에 떨어진 빗물처럼 감자국수의 국물을 삭제시키고 계셨고 순간 '저건 포기할까' 고민했지만 '어차피 몇이나 보겠어' '이건 그냥 너를 위한 기록인 거야' 악마들이 속삭였다. 감자국수는 감자가 들어있었고 면 역시 감자 전분으로 만들었는지 칼국수면과는 달랐다. 어머니께서 매우 만족하며 드셨기에 들깨감자국수의 굴욕샷도 더 이상 아쉬워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왔지만 비가 여전히 거칠게 내려서 서둘러 차로 이동을 했다. 우리 가족을 뺀 다른 테이블에서는 요리 메뉴인 장어, 백숙 등을 먹고 있었던 거 보면 저녁 식사로 국수만 간단히 먹고 가는 테이블은 드문듯했다. 예약 없이 백숙을 주문하면 가능 한지 여부가 궁금해졌다.

 


식당의 주소를 보니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라고 되어있다. 용평리조트, 알펜시아리조트와 가까운데 용평리조트는 용산, 평창이 합쳐서 만들어진 이름일까? 아무튼 차 없으면 올 수 없는 위치이다. 주차공간은 지하 주차장도 있고 주변에 여기저기 주차하면 되어서 널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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