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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유튜브를 통해서 금악리에 냉면 가게를 오픈한다는 예고를 봤다. 공교롭게도 내가 제주도에 있을 때 오픈을 하기에 방문이 가능했다. 심지어 그날 체크아웃을 한 숙소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금악리가 있었기에 안 갈 명분도 없었다. 백종원의 영향력을 잘 알기에 좀 멀직이 주차하고 금악 무짠지 냉면 간판이 보이는 가게 건물 정면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이미 많은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서 냉면을 무사히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이 좀 되었다.

 

걱정이 되었으면 건물 정면 사진은 냉면을 다 먹고 찍지 그랬냐. 입구라고 생각되었던 정면은 입구가 아니었다. 그리고 가게 상호가 금악냉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금악무짠지냉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가 입구가 맞을 수도 있음. 오늘 점심으로 먹은 역전우동도 입구가 앞으로 뒤로 2개 있었음. 비냉 파트를 맡아줄 유PD님의 50%가 보인다. 유리에 반사된 모습이니 퍼센트를 더 줄여야 하나

 

오늘 오픈은 12시에 한다고 뒤쪽 입구에 적혀있었다. 내가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40분. 약 80분 이상의 기다림을 각오하며 현판식을 구경하였다. 백종원 선생님이 가게 간판이 쓰러지면 대박이 난다 말씀하셨다. 과거에 간판이 쓰러지며 분위기가 차갑게 식은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사진을 이른 타이밍에 찍어서 그렇지 꽤 많은 취재진과 우리 같은 걸신들이 있었고 하나의 드론이 붕붕거리며 날고 있었다.

 

오픈 시각을 11시로 당긴다는 말씀이 있었고 대기명단을 받는 분이 나오셨다. 가게 내부가 궁금해서 외부 유리를 통해서 사진을 찍어봤지만 엄청난 사진이 나오진 않았다.

 

우리는 운이 좋아서 10번을 받았다. 입구 근처에 서성이고 있을 때 대기명단을 작성하시는 분이 나오신 덕분에 바로 선두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아까 사진에서 테이블 숫자를 확인했기에 오픈하면 바로 들어가서 착석이 가능한 번호인 줄 알았다 이때까지는...

 

번호표를 받고 나니까 안정감이 생기며 모든 것을 여유롭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마음가짐이 바뀌고 다시 실내 사진을 찍으니 백종원 대표님이 보였다. 여기 금악리에 오기 전에 본 백종원 유튜브 영상에는 금악리에 대한 이야기와 제주도의 메밀, 왜 무짠지 냉면을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다.

 

11시에 오픈한다더니 아무래도 준비가 더 필요했는지 20분은 더 걸려서 번호 1번이 호명되었다. 그리고 처음이라 미숙하니 인터벌을 두고 테이블을 받겠다고 한다. 하지만 금악무짠지냉면에 가고자 마음을 먹었을 때 난 최고 2시간의 웨이팅까지는 예상을 했기에 그저 싱글벙글이었다. 백종원 선생님이 나오셔서 우리 퍼스트맨들과 담소를 나누셨고 다들 즐거워했다.

 

11시50분 착석을 하였다. 원래 오픈 예정시각이 12시였던 거 생각하면 어떻게 생각해도 이득인 상황. 그리고 우리는 아침도 잘 먹고 출발했기에 너무 빨리 먹게 되면 또 별로였다. 테이블에 메뉴판은 있지 않았고 대신 벽에 메뉴와 가격이 적혀있었다. 무짠지 물냉과 무짠지 비냉은 당연히 예상되는 메뉴였지만 고기완자까지 있을 줄이야. 제주도와 메밀에 대한 설명을 들어서 만두 정도 예상했다. 고기완자 파는 냉면집을 알고는 있지만 산재해 있지 않기에 즐거운 허 찔림이 좋았다.

 

하나씩 다 시켰고 밑반찬과 고기완자가 나왔다. 나는 냉면, 막국수, 메밀국수 등등 먹을 때 밑반찬은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라 무엇을 줘도 괜찮다. 고기완자가 매우 담백했기에 밑반찬들 조합은 좋았다. 오픈 첫날이고 백종원 선생님이 관계되어 있는 곳이라 평소보다 더 사진을 열심히 찍어서 처음 젓가락을 가져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아까 메밀만두 정도 예상했다고 했는데 고기완자에도 메밀이 들어가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한편으로는 금악리가 돼지농가인데 꼭 모든 곳에 메밀을 넣을 필요 역시 없다는 생각도 들었음. 고기완자는 잘 익혀 나왔고 떡갈비 같은 부드러움보다는 냉면과 같이 먹는 고기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술안주로 좋아 보였는데 오늘은 술 안 판다고...ㅋ 시켜본 거 아니다 백종원 선생님이 초반에 구두로 공지하심

 

무짠지 물냉면이 나왔다. 육수도 돼지육수고 고기도 돼지고기다. 돼지로 육수를 냈다고 해서 고기국수나 돈코츠라멘의 그런 향은 전혀 나지 않는다. 사실 억지로 그런 향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는 게 포스팅을 위해 언급은 한 거지 나도 직접 듣기 전까지는 무엇이 베이스인지 의식하지 못했음. 시원한 냉면의 맛이었고 막국수와 평양냉면 매니아인 내가 좋아하는 메밀의 향을 느꼈다.

 

무짠지 비빔냉면이다. 비빔 계열은 무조건 맛있다. 면의 메밀의 함량이 높아서 입안에서 잘 씹혔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는 좀 뻑뻑한 면을 좋아한다. 쫄깃한 면발은 중국집에서 이미 열심히 연구하고 있기에 탱탱한 면이 생각날 때는 중국식 냉면을 먹으러 간다.

 

10번 번호표를 받은 손님이 11번 테이블에 앉았네~ 물냉, 비냉이 아닌 금악무짠지를 꼬박꼬박 붙여놓은 점이 인상 깊다. 범인들은 그냥 넘어갔겠지만 날카로운 나의 눈에는 야망이 보였다. 평양염소비냉, 함흥갈비물냉, ...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바리에이션의 냉면을 팔기 위한 초석이 아닐까?

 

평소보다 공들인 식사 전 촬영예절을 마치고 냉면을 한 술 뜨려던 차 냉면 랩소디 다큐를 위한 인터뷰 촬영이 들어왔다. 입장을 하면서 인터뷰 중인 모습을 봤고 착석 후 인터뷰에 동의를 했으나 범인인 나로서는 스마트폰 보다 큰 카메라는 상당한 압박이었다. 사실 촬영이 오기 전에 1/4 정도는 먹었고 충분히 느낀 점이 있었는데 온화했던 분위기에도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냉면을 소화 시켜야 하는 위 마저도 “저기 대본 주세요 대본 제발”을 외치느라 소화는커녕 더 아래로 소화의 임무를 떠넘길 지경. 시간은 숨을 참아도 흐른다. 인터뷰는 금방 끝났고 냉면도 끝나있었다. 내가 먹었는데 왜 맛은 못 느낀 것이냐. 결국 금악냉면은 재방의사가 있는 테이블 하나를 더 얻었지만 방송 분량 은 못 얻었을 듯

 

 

이번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금악리에 금악오름이라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지 내가 몰랐으면 덜 유명했던 거지 아무튼 금악무짠지냉면까지는 차로 가는 방법밖에 없다. 가까이 가는 버스 노선이 있을 거 같지만 뚜벅이로 제주도 여행을 과거에 다녀본 경험에서 말하자면 무한의 시간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제주도를 다리로 여행하는 행동은 산티아고를 위해 남겨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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