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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중이다. 그냥 길만 걸어도 옥수수와 감자를 파는 것이 보이는가? 이 동네에서 자주 왔는데 아직 막국수 전문점을 가보지 못했기에 이번 기회에 답사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부모님께 같이 가자고 말해보았으나 맛에 대한 보장이 없으니 내가 선발대로 다녀와서 맛있으면 다음에 가보신다고... 더 좋았다 “지옥으로 가든, 왕좌로 가든 홀로 가는 자가 가장 빠른 법이다.”

 

이곳은 자주 눈에 스치던 방림 메밀 막국수 분점이다. 길 건너 있는 송천(하천)에 위치한 무료 주차장이 있는데 주차장부터 방림 막국수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그리고 숙소랑도 가장 가까운 막국수 가게라 우선 정복해야 하는 곳이기도 했음

 

허영만의 식객 19권에 나왔던 집이라니! 비록 분점이지만 본점이랑 직선거리로 39Km 밖에 안 떨어져 있기에 맛의 차이가 있을 리가 없었다. 화백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간판을 가진 식당이 몇 곳이나 될까?

 

맛집의 상징 웨이팅 장소가 역시나 있었다. 회전율이 좋은 국수 같은 요리는 앞에 몇 팀 남았는지 알면 비교적 정확한 예상 대기시간이 나와서 기다릴 만한 음식이다.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빠른 '홀로 가는 자' 이기에 영업시작 시각 보다 5분 빨리 도착했다. 오전 10시에는 보통 무혈입성인듯하다.

 

메밀 막국수, 비빔 메밀 막국수, 메밀 찐만두 같은 익숙한 메뉴에 수육, 메밀 묵사발 이 추가로 있다. 수육이 좀 의외인 메뉴였지만 만두보다 고단백질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완자나 육전 보다 수육이 더 매력적인 메뉴일 것이다. 첫 방문이기에 위에 가해질 부담을 무릅쓰고 비빔막국수 외에 메밀찐만두를 주문했다.

 

1등에게만 주어지는 손님 없는 테이블 촬영권을 획득. 막국수 전문점인데 횟집에 주로 있는 비닐이 깔아져있었다. 이러면 빠른 정리가 가능하고 테이블에 세제가 남아있을 걱정을 안 해도 되니 효율적이다.

 

아니 살기 좋은 대한민국에 좌식 테이블이라니... 신발 벗기, 무릎관절의 고통, 접힌 뱃살의 소화기관 압박 이 3가지를 견뎌내야 하는 시련의 장소이다. 온돌이 있어서 그 점을 뽐내고 싶더라도(설치 여부 모름ㅋ) 좌식 테이블이 주는 무한의 고통을 생각하면 저런 구조는 참았어야 했다.

 

간장, 식초는 그냥 알겠고 나머지 2개는 무엇인지 체크 안 해봄. 살균 기능이 있는 수저통이 신기했다. 신기해하면서도 작동원리나 에너지원 체크는 하지 않고 그냥 뚜껑을 열어 젓가락만 꺼냈음

 

평창에도 라벤더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곳이 있다 들었는데 그 영향으로 물통도 라벤더색 인가보다. 물이 나오는 입구를 가장 크게 열어놓아도 여전히 작아서 물이 안정적으로 나온다. 급할 것 없다 물은 천천히 마시는 게 몸에 좋다.

 

그냥 문장일 뿐이라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은 없지만 "구운 계란으로 간이 되어있습니다."는 계란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만들었다. 막국수가 나오면 곧 확인 가능하리라.

 

편의점에서 가끔 사 먹는 형태의 구운 계란이 나왔다. 그래 구운 계란 맞지 저거. 늘 알고 있던 영어 단어인데 직접 쓰려니 어색한 그런 느낌을 느꼈던 거야 난... 열무김치의 아삭함 식감이 좋았고 짜지 않아서 맨입에 먹기 괜찮았다.

 

'구운'계란을 처음 집었을 때 뜨거워서 한쪽 면을 깨고 잠시 식혔다가 마저 깠다. 음식을 기다리며 재미도 있고 잘까지는 계란에 작은 성취감도 느끼고 좋은 아이디어다. 아 그러고 보니 계란 하나를 다 주는구나. 역시 시골 인심은 후하다.

 

찐만두를 시켰기에 간장 종지가 밑반찬과 같이 배달되었다. 만두를 먹을 때 간장 같은 소스 없이 그냥 먹지만 사진을 위해 약간의 간장을 종지에 따라보았다. 생각보다 많이 따라져서 아까웠다.

 

메밀만두가 나왔다. 시골 인심은 계란까지 였는지 만두는 홀수인 5개가 나왔다.

 

이 만두의 깔끔한 단면 사진을 확보하고 싶었지만 메밀 함량이 높은 메밀면을 쓰는 막국수집은 가위를 기본으로 주지 않는다. 내 앞 테이블에 잔뜩 쌓여있는 가위를 가져올까 잠시 생각해 봤는데 식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직원분들의 이목을 끌 것 같아서 마음을 접었다.

 

젓가락에 검기를 실어 메밀찐만두를 베었다. 쫄깃한 만두피를 갈라내자 가득 차있는 만두소가 나타났다. 처음 먹어 보는 만두를 만났을 때만 이런 도살을 자행하니 혹시 음식점에서 이런 사람을 만나도 너무 한심하게 생각하지 말자.

 

비빔메밀막국수가 나왔다. 국물에 살짝 잠겨있는 비빔막국수여서 육수를 추가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래도 다양한 맛을 느끼기 위해 육수나 채수가 있으면 달라고 부탁을 하자 육수를 주신다고 하셨다. 그래 너는 채수가 아닌 육수구나.

 

여기 막국수는 일반적으로 막국수에 들어가는 채소 외에 당근과 상추가 들어가 있었다.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주면 비빔막국수를 비비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붓기 전에 육수의 맛을 봐서 본인의 취향에 맞는 맛이 될지 판단해야 한다.

 

아차 "계란은 막국수에 넣어드세요."라고 안내가 되어 있었지. 확실히 계란을 넣어야 사진이 부드러워진다. 가위가 있었으면 이것도 두 조각으로 만들어 더 먹음직스럽게 배치 가능한데☞☜

 

주문순서 1 보이는가. 내가 마수걸이다. 메밀찐만두 1개는 나를 선발대로 보낸 부모님 맛보시라고 주문과 동시에 포장했다.

 

(갑자기 메밀막국수의 사진이 등장한다) 비빔막국수가 맛있어서 바로 메밀물막국수가 궁금해졌다. 그렇다고 먹은 날 바로 또 가서 먹으면 비빔막국수의 맛이 간섭을 일으킬 수 있으니 꾹 참고 그 다음날 같은 시각에 다시 먹으러 갔다.

 

이 물막국수는 곱배기다. 메뉴판에 적혀있지 않지만 아무튼 존재한다. 양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데 비해서 가격이 천원 밖에 안 비싸다는 사실에 또다시 시골의 후한 인심을 느꼈다.

 

물막국수를 잘 섞은 뒤 국물의 맛을 우선 음미했다. 너무 차갑지 않아서 좋았다. 기본 상태로 반을 먹은 후 비빔 소스를 약간 추가해서 먹어 보기 위해 다데기를 부탁하자 고추장 같은 느낌이 아닌 묽은 상태의 다대기가 나왔다.

 

자주 먹을 수 있는 막국수였으면 조금 더 과감하게 비빔양념을 부었겠지만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맛을 변화시켰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양념을 살짝만 넣어 물막국수에서 크게 바꾸지 않은 상태로 먹는 것이 맛있었다. 다들 물냉면, 물막국수 등 물 계열은 금방 물리시죠? 반 정도 먹고 살짝 변화를 줘서 먹으면 더욱더 즐겁습니다 ^~^ 곱빼기를 시키신다면 더 좋고요~

 

주문순서 1 보이는가. 내가 오늘도 마수걸이였다ㅋ 1등으로 안 가려고 뒷길로 돌아서 갔는데 출발 시각이 빨라서 또 이런 일이... 아 그리고 식당 문 여는 시간 전에 도착하지 맙시다. 그것은 매너가 아닙니다^^ㅋ 나도 홀에 들어와도 된다 하지 않았으면 그냥 밖에서 기다리려고 했지만... 아무튼 몇 분 늦어도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여유를 가지세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 있다. 근처에 용평리조트, 알펜시아리조트가 있음. 주차는 식당 앞에 대로인 눈마을길 건너 송천 쪽에 무료주차장이 있고 식당 입구가 있는 강변길 길가에 많이들 주차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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