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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리밀빛초계국수 의 본점이 대충 미사리에 있다는 것은 알았으나 다른 지점을 먼저 접해봤고 그 지점도 충분히 컸기에 본점에 대한 열망은 없었다. 그리고 나의 본점 깨기는 사실 본점이 더 가까이 있는 경우가 많은 곳들 위주로 이루어졌고 집착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남은 강동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나에게는 제56번째 고향 같은 곳이라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를 미사리밀빛초계국수 본점으로 찍게 되었다.

 

 

스타필드 하남 가면서 몇 번 봤었는데 그때는 '아 여기 있구나' 정도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절대로 음식점이 아니었을 것 같은 건물을 매입해서 사용한 모습이어서 좋았다. 지금도 미사리 라는 이름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그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에 반가웠다. 모든 강동구인들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여기가 미사강변도시가 될지 알았다면 그때 빚을 내서라도...'

 

 

점심도 저녁식사도 아닌 시간에 도착했기에 홀이 널널했다. 그럼에도 꽤 차있던 홀과 우리가 착석을 한 뒤에도 계속 오는 이들이 있었을 정도로 이곳의 초계국수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었다. 가을겨울 이리 나와! 나의 식당 선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유 프로가 그 와중에도 날카로운 턱 선을 과시하기 위한 포즈를 취했으나 마스크에 막혀버림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식당에서만 쓴다는 김치 셀프 추가 시스템. 조금씩 자주 퍼 오면 되는데 나도 항상 내 생각 보다 조금 더 많이 가져와서 최대한 김치를 덜 남기려고 많이 먹게 된다. 여기처럼 김치가 맛있으면 내 예상보다 더 가져와도 충분히 수습할 수 있다.

 

 

아차 맛있는 이곳의 배추김치 사진을 까먹고 안 찍었다. 다른 사진에 혹시나 김치가 나왔나 해서 찾아봐도 모든 사진이 이렇게 잘 가려져 있었다.

 

 

메뉴판에 미사리밀빛 초계국수 닭칼국수 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이곳이 초계국수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여기 오면서 얼큰닭칼국수 를 먹을 계획이긴 했는데 닭칼국수 라는 메뉴 자체가 최근에 추가된 메뉴라 생각하고 있었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는 1년 내내 차가운 요리를 즐겨서 동절기 메뉴가 따로 있는 게 메리트가 없지만 매일매일 혼밥을 하는 게 아니니...

 

 

메밀왕만두 가 나왔다. 다른 지점에서 먹었던 이 녀석 생각이 많이 났었다. 그곳은 자전거를 타고 오면 만두를 1개씩 줬었다. 그때 내가 찍은 왕만두 사진 보고 징그럽다고 한 녀석들... 잊지 않고 살고 이따.

 

 

아까 김치 자율코너에서 본 가위가 생각나서 가지고 와서 깔끔한 단면을 만들었다. 설거지 거릴 만들어서 식당에 약간 미안하지만 누군가 이 탐스러운 만두속(만두소)를 보고 찾아갈 테니 괜찮다. 김치라도 썰어서 가위 활용을 높이고 싶었지만 김치의 맵기가 적당해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ㅋ

 

 

우리 자리 옆에 이 통일성 없는 소품들이 계속 눈길을 빼앗았다. 저 오리는 조류라 이 식당과 관련이 있다고 확대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나머지는 뭐란 말인가. 가족단위로 많이 와서 아이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는 있을 거 같다.

 

 

우리가 시킨 메뉴는 초계국수, 얼큰닭칼국수, 메밀만두 다. 하남은 서울에서 강원도로 가기 위한 관문 아니겠는가. 메밀이 좀 생뚱맞아 보일 수 있지만 다 이유가 있어서 있는 메뉴다. 

 

 

얼큰닭칼국수 가 나왔다. 닭칼국수 도 안 먹어 봤는데 매운 버전을 먼저 먹어보게 되었다. 숙주나물이 의외였고 순살이 아닌 닭고기가 같이 나오는 것도 특이했다.

 

 

맛을 보기 앞서서 식당 입구에 이렇게 크게 초계국수에 대한 설명이 붙어 있었다. 냉면과 막국수를 좋아하는 내가 초계국수를 거의 안 먹고 지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음. 아직은 냉면과 막국수 정도면 길고 뜨거운 한반도의 여름을 버틸 수 있는 것인가.

 

 

비주얼 깡패 초계국수 가 나왔다. 왜 쟤는 순살이야~~ 내가 시킨 닭칼국수를 먹는 중간에 한 입씩 곁들였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계속 식욕을 돋우는 능력이 출중해서 적당히 먹고 남기려던 나를 달래서 계속 달리게 만들었다.

 

 

얼큰닭칼국수 에 큼직하게 들어가 있던 닭고기들은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여서 음식을 잘 안 먹는 어린이들에게 보여주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허허허 내가 무슨 생각을... 조카 둘이 생기고 직장 동료가 자주 애기가 잘 안 먹는다 말하는 것 을 들으며 오염되었네.

 

 

숙주나물이 국물 음식과 조합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 들어간 숙주나물은 칼국수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잘 쪄져 있어서 아삭함 식감으로 조합이 깔끔했다. 숙주나물부터 열심히 건져먹고 난 사진을 떡하니 올려놓고 이 글을 적는 것이 그 증거다. 유 프로에게 덜어 줬을 때 이미 숙주나물은 없었다ㅋㅋㅋ 체리피커 나가신다 빠밤.

 

 

50대 이상 기준 이거 없는 식당은 재방문 안 한다. 나는 아직 30대지만 벌써 이렇게 되어간다. 왠지 운전과 관련 있는 것 같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지.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시원한 가을의 공기를 느끼며 보는 식당의 테라스는 유럽의 거리같이 느껴졌다.

 

 

 

5호선 하남풍산역 이 생기면서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가능해졌다. 주차장도 잘 갖추어져있고 주차 안내해 주시는 분도 있어서 대부분 차로 오지 않을까 생각함. 그리고 오늘 보니 강변에서 자전거 타다가 단백질 보충하러 와도 좋은 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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